여자라는 문제
계몽주의 시대의 산만한 천재이자 선천적 노출증 환자였던 장 자크 루소는 소녀들의 기를 어린 나이에 꺾어놓아야만 남자를 기쁘게 해주기 위한 자신의 본분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고 했다네. 그는 자신의 자녀들을 일찌감치 고아원으로 보내버렸는데, 이 역시 어릴 때 기를 꺾어놓기 위해서였지.
소녀들은 예순 가지 자수법을 배우고 나면 뇌가 가득 차서 다른 것을 머리에 넣을 수 없었지.
러스킨은 1848년 에피 그레이 Effie Gray라는 여성과 결혼했으나 명화 속 여성들과는 다른 아내의 나체와 음모에 충격을 받아 첫날밤을 치르지 못했다. 그는 아내와 6년 동안 성관계를 갖지 않았고 이것을 이유로 에피 그레이가 결혼 무효 소송을 냈다. 2014년에 나온 영화 〈에피 그레이〉는 이 이야기를 기반으로 했다.
위대한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예술 분야에서, 아니 분야를 막론하고 여자는 위대하거나 독창적인 업적을 성취할 수 없다고 했다네. 일단 여자들은 머리 모양부터 전혀 천재답지 않거든.
마리 퀴리는 여성이란 종족이 존재한 이래 유일한 여성 과학자였지. 소녀들은 과학을 공부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첫째, 여자의 생식기관 때문에 여자는 비이성적일 수밖에 없고, 둘째, 추상적 사고는 커튼을 다는 일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어. 다만 곤충을 채집하는 건 허락되었다네. 여자들은 예전부터 정원에서 벌레들을 자주 잡아왔거든.
하버드대학교의 교수였던 에드워드 클라크는 여학생도 열심히만 공부하면 어떤 분야에서든 최고가 될 수는 있으나 그렇게 되면 평생 동안 건강이 좋지 않을 것이고 그 여성의 아이들은 쪼그라들 수도 있다고 했다는군.
과학을 공부하는 여자들은 심지어 수염이 자랄 위험도 감수해야 했다네. 이마누엘 칸트는 여자에게 수염이 나면 “매력이 사라지고 남성에게 여성적 매력의 힘을 행사하지 못하게 된다”라고 했다지.
단편소설계의 아버지라 불리는 모파상은 성취를 위한 어떤 여자의 어떤 시도도 부질없는 짓이라고 했다는군.
그는 여자들에게 부여된 역할은 오로지 두 가지뿐이라고 했지. 바로 참하고 신성한 사랑과 모성이라네. 라듐과 폴로늄을 구분하는 일은 분명 아니야. 그는 여자들이 공을 던지는 모습은 차마 눈으로 보기조차 괴로우며 뭐니 뭐니 해도 여자들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손뼉을 칠 때라고 했다더군.
다윈이 말하길, 늘 집에만 머무르는 여자들의 성취는 남자들의 성취에 비하면 하잘것없으니 이는 곧 여성이 생물학적으로 열등하다는 증거라 했다네. 그의 말이 맞겠지. 그로 말할 것 같으면 세기의 천재이니까. 우리 모두 학교에서 다윈에 대해 배우지 않는가.
찰스 다윈이 사망하던 해에 여자들도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던 버지니아 울프가 태어났다. 따지고 보면 페미니즘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세기에 접어들기 시작할 무렵부터 여성의 인권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19세기 이전의 남자들이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땠는지 조금 짐작하는 바가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페미니스트이자 일러스트 작가인 재키 플레밍의 이 책은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내용이다. 여성들을 향한 철저한 무시와 배제가 놀랍기만 한데 소위 천재라고 칭송받는 과학자가 여성은 생물학적으로 열등하다고 단언했다니 믿기지 없을 뿐 아니라 과학자의 입에서 나온 비과학적인 말이라서 대단히 아이러니하다. 그 시절에 태어나 열악한 환경을 견디며 살았던 모든 여성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쿠베르탱, 그리고 찰스 다윈 당신들이 그런 사람들인 줄 몰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