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리 물꼬방
바야흐로 나들이의 계절입니다. 요즘 주말이면 길이 너무나 막혀서 멀리 나다니는걸 극히 꺼리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일 년 365일 집에만 박혀있을 수는 없고요. 가까운 곳으로 주로 나들이를 가는 편입니다. 포천 쪽인데요. 한 달에 한 번은 다녀오는 광릉 수목원 길이나 고모리 저수지 쪽은 도심과 가깝기도 하지만 주변 풍경도 근사해서 굳이 멀리 안 가도 좋은 곳이 많구나 느껴지는 장소 중 하나입니다. 요즘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카페와 맛집이 생겨서 하나하나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이번 나들에 보니까 원래 있던 카페들은 리모델링이 한창이고요 고모리 저수지 들러가는 초입에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가 들어선 걸 보았습니다. 그곳까지 대형 프랜차이즈가 등장한 걸 보면 고모리 저수지의 전성기가 다시 오려나 봐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한옥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됩니다. 조용하게 차를 마시고 싶을 때는 꼭 들렀다 오는 물꼬방은 고모리 저수지를 끼고 안쪽으로 조금만 더 들어가면 나옵니다. 고모리 691을 아는 사람들은 많더라고요. 옛날엔 고모리 하면 고모리 691 카페가 랜드마크 같은 곳이었으니까요. 지금은 그 명성은 다 옛일이 되었지만 주말이면 예전을 추억하러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꼬방은 거기에서 딱 한 발자국만 더 가면 되는데 이 보석 같은 장소를 모르고 그냥 지나치시는 분들이 많아요.
물꼬방 사장님이 프랑스 유학파 예술가라는 말을 언젠가 어디선가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건 함께 운영하는 갤러리를 볼 때마다 전시 기획이 참 좋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카페에서 홍보 차원에서 성의가 없이 진행하는 그저 그런 전시가 아니라 매번 정성을 다한 전문성이 느껴지는 전시였습니다. 사실 카페를 운영하면서 이런 갤러리를 함께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예술적인 열정이 없으면 꾸준히 꾸려 나가기 어렵습니다. 물꼬방 내부의 인테리어나 소품들을 배치해 놓은 것만 봐도 예사로운 분은 아니구나 생각됩니다.
전체적으로 다 좋지만 특히 ㅁ자 구조로 된 한옥 건물이 안정감을 느끼게 해 줍니다. 중정처럼 느껴지는 안마당에 서서 하늘을 보면 기가 막힙니다. 사방을 둘러싼 나무들의 모습도 너무나 힐링되고요. 도심에서 멀리 나와있는 기분이 느껴지지만 집에서 20분이면 도착하는 곳이니까 저로서는 감춰두고 싶은 힐링 플레이스라고 생각합니다.
물꼬방의 테마는 한국적인 분위기와 빈티지인가 봐요. 동양과 서양의 아름다움을 적절히 믹스해서 인테리어를 했는데 그게 또 그렇게 잘 어울립니다. 인테리어에만 공들인 카페는 아니고요. 여기 차들과 다과 정말 맛있습니다. 여름엔 빙수도 유명한 것 같더군요. 이 날은 사람들을 피해 일찍 다녀오는 바람에 진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셨지만 그것보다 더 좋은 선택을 할만한 메뉴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전통 차 종류나 떡을 주문해서 드시는 분들이 많아요. 한번 먹어봤는데 가격대가 있는 만큼 디저트 퀄리티는 좋습니다.
숲 쪽을 향해 만들어져 있는 테라스도 힐링 포인트입니다. 가을엔 낙엽과 꽃을 감상하실 수 있고요. 여름엔 체감온도를 낮춰주는 시원한 테라스입니다.
주말엔 고모리나 광릉수목원에 사람이 미어터집니다. 남양주 쪽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이나 의정부 쪽에서 들어가는 사람들이 마주치는 곳은 고모리 저수지 방향 삼거리고요. 거기서부터 광릉 수목원을 지나서 봉선사까지의 일 차선 도로는 차가 움직이지 못하고 서있을 정도입니다. 사람에 치이고 조용한 카페를 찾으신다면 단연 물꼬방인데 이곳도 이젠 숨겨진 곳은 아닌가 봅니다. 점점 사람이 많아져요. 정보를 공유한다는 차원에서는 알려진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사람이 많아지면 이상하게 나는 발걸음을 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다른 곳을 또 찾아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