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빈방
어느 날은 아침에 눈을 뜨면 몸이 천근만근일 때가 있다. 방으로 들어오는 아침 빛도 차단하고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잠옷에 카디건만 걸쳐 입고는 주방으로 나간다. 냉동실에 얼려놓은 육수를 해동할까도 생각했지만 뭔가를 끓이고 데우고 하는 일련의 과정 모두가 번거로워 다시 어딘가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게 되는 게으름이 극에 달하는 날이 자주 있다. 뻑뻑한 호밀빵을 오븐에 넣고 치즈 스프레드를 발라주면 남편은 물어뜯듯 억지로 허기를 채운다. 젊었을 때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말로 밥투정을 한 적은 없는 사람이다. 입에 맞지 않으면 몇 숟가락을 먹다가 조용히 물로 입을 헹구고 나가버리긴 해도 대놓고 음식으로 무안을 주지는 않는다. 따끈한 국이 먹고 싶은 날인데 하필 떠먹을 국물이 없으면 라면..
책
2019. 9. 9. 1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