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컷. 한 살.이름은 집사.
한 살이 조금 넘은 암컷 고양이입니다. 성질이 아주 까칠하고 잠투정이 심해요. 자기를 케어해주는 집사를 물어뜯는 버릇이 고쳐지지 않는 냥아치에요.머리가 나쁜가 싶다가도 어떨 때는 비상하다 싶을 만큼 머리를 굴립니다. 장난감을 보관하는 자리를 수시로 바꿔줘야 합니다. 안 그러면 숨겨둔 장난감 언저리에서 목놓아 야옹거리거든요. 고양이 낚싯대로 놀아주고 방바닥에서 미쳐 치우지 못하고 놔뒀을 경우 새벽 3시에 입에 물고 울면서 이방 저 방을 배회하며 집사의 잠을 깨웁니다. 놀아 달라는 거죠. 내가 응석받이로 키워놓은 게 분명합니다. 말은 또 얼마나 많은지 받아주기만 하면 지치지도 않고 말대꾸를 합니다. 말하기 좋아하는 내가 어릴 때부터 고양이를 향해 궁시렁거린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내 탓이라 할 말도 없습니다.
집사랑 같이살면서 평소의 우울한 기분이 많이 해소되었습니다. 진작 데려왔더라면 참 좋았겠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평소에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았지만 평생 동안 책임감을 갖고 한 식구로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스스로에게 엄격한 잣대로 판단하고 싶었거든요. 제일 겁이 났던 건 아기가 아플 때나 무지개다리를 건넜을 때 그 슬픔을 이겨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우리 집사가 아픈 기색이라도 보이면 가슴이 방망이질을 시작하곤 합니다. 그래서 평소에 담대해지는 연습 중입니다. 요즘엔 고양이가 평소에 잘 걸리는 질병에 대한 책을 정독하고 있습니다. 고양이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평소에 관리를 해줘야 합니다.
고양이를 키우면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마리에서 두 마리로 또는 세 마리로 늘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내가 고양이에게 들이는 모든 시간과 비용이 아깝지 않을 만큼 냥이에게 받는 게 많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값진 것은 웃음을 찾아준 일이지요. 글쎄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를 웃게 만드는 건 요 놈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보드랍고 말랑말랑한 고양이를 쓰다듬으면 천국이 가까이 있는 기분이 듭니다. 몸의 한쪽이라고 고양이와 닿은 상태라면 단잠이 저절로 옵니다. 집에 고양이가 어슬렁 거리는 풍경이 있다면 그곳은 이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이지 싶습니다. 저는 오늘도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며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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