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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부쿠서점

by 캣테일 2019. 9. 1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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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사에 갈 때마다 언젠가 가봐야지 하면서도 발걸음이 닿지 않았던 부쿠서점에 갔다 왔다. 추석 연휴의 시작 날이라서 조금 한가한 기분이 들어서 천천히 둘러볼 수 있겠다 생각했다. 요즘은 어딜 가나 젊은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어서 나로서는 늘 머쓱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정작 젊은 친구들은 신경도 안 쓰는데 나 혼자 불편한 마음이다. 아무튼 좋은 책이 눈에 띄면 몇 권 사려고 했지만 이미 읽은 책이거나 가벼운 에세이류가 대부분이어서 소장 욕심이 나는 책은 보이지 않았다. 에세이는 내가 쓰고 싶어 하는 글의 분야이면서 현실적으로는 스스로 에세이를 무시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이런 종류의 아이러니는 내 삶의 곳곳에 깊이 박혀있다. 

 

 

 

서점이라기보다는 북카페 같은 느낌이 들었던 이유는 책의 양이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아서였다. 책은 아름다운 서점 인테리어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소품 정도로 보였다. 내가 생각하는 서점의 이미지는 책의 양에 압도당하는 거다. 대형 도서관까지는 아니지만 고전부터 신간까지 요즘 사람들이 선호하는 책부터 숨겨진 보석 같은 책까지 다양한 구성으로 이루어졌으면 했다. 특히 오래된 다락방에서 할머니가 읽었음직한 책의 제목을 발견할 때의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 그런 즐거움을 느끼려면 역시나 오래된 중고 책방을 찾아가야만 할 것이다. 성북동의 분위기라면 내 취향과 맞닿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혹시나 했지만 서점은 젊은 사람들을 겨냥한 트렌디한 곳일 뿐이었다. 내 책 취향과 맞지 않았을 뿐이지 근사한 책방이 아니라는 뜻은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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