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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 시간

by 캣테일 2019. 8. 29.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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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이 뜸했던 사람에게 전화를 해 안부를 묻고  읽었던 책을 정리하고 그중에서 가장 좋은 책 여섯 권을 박스에 담았다. 주소를 천천히 꾹꾹 눌러 쓰면서 인연과 시간 그리고 그 시간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세월에 대해 생각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은 시간을 내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특히 심심한 시간이 많아져야 한다. 심심한 시간 동안 나는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고 잊혀진 사람을 생각하고 누군가를 위해 선물을 포장하고 그래도 시간이 남아서 우체국으로 걸어간다.
오른쪽 가슴에 바쁨이라는 단어를 매달면 훈장이 되던 시절을 떠올리며 몸서리친다. 요즘 나는 남부럽지 않게 심심한 시간이 많다. 그 넉넉한 시간들은 사람으로, 기억으로, 그리움으로, 턱도 없는 무모함으로 채운다. 사람들은 심심한 시간을 통과하는 동안 점점 시들어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심심함을 지나고 나면 오히려 생기가 넘친다. 심심했던 시간만큼 용감해지고 또 그만큼 깊어진다. 이젠 심심한 시간을 심심하지 않게 보낼 정도의 나이가 되어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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